손님이 적은 날은 시간이 느리게 흐릅니다.
시계를 자주 보게 되고, 괜히 문 밖을 한 번 더 바라보게 됩니다.
예전에는 그런 날이면 마음까지 같이 느려졌습니다.
‘오늘은 왜 이럴까.’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걸까.’
지금도 완전히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대신 그럴수록 더 의식적으로 지키는 것들이 있습니다.
장사가 잘되는 날이 아니라,
조용한 날에 무엇을 하는지가
이 공간을 만든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1. 아침에 좋아하는 노래로 문을 열고 커피 세팅을 합니다.
문을 열고 음악을 틀고, 머신을 켜고, 오늘의 커피 상태를 확인합니다.
이 시간은 영업 준비이면서 동시에 제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2. 틈틈이 커피 맛을 확인하고 조정합니다.
손님이 많든 적든, 커피의 기준은 변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잔을 내려보고, 향을 맡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다시 맞춥니다.
3. 조용한 시간을 이용해 공간을 돌아봅니다.
의자의 위치, 빛이 들어오는 방향, 작은 불편한 부분들.
바쁠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조용한 날에는 보입니다.
4. 언제 오는 손님이라도 똑같이 인사합니다.
손님이 한 분일 때도, 열 분일 때도
같은 목소리와 같은 마음으로 인사하려고 합니다.
그 한 분이 오늘 이 공간의 전부일 수도 있으니까요.
5. 손님이 없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흔들지 않으려고 합니다.
손님 수가 제 기준이 되지 않도록,
내가 해야 할 일을 기준으로 하루를 채우려고 합니다.
6. 마감할 때는 항상 장비를 깨끗하게 정리합니다.
포터필터를 닦고, 머신을 정리하고, 매장을 천천히 돌아봅니다.
이 과정이 끝나야 하루가 제대로 마무리된 느낌이 듭니다.
손님이 많은 날은 시간이 빠르게 지나갑니다.
하지만 손님이 적은 날은
제가 어떤 사람인지 더 잘 보이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같은 순서로 하루를 지켜갑니다.
비슷한 시간을 보내고 계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