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러닝화를 산 날을 아직 기억합니다.

그날도 카페 문을 닫고 나오는 길이었습니다.
매출이 특별히 나빴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만족스러웠던 날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애매하게 마음이 무거운 날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서 있어서 그런지
마감을 할 때면 중력이 저를 더 세게 끌어당기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몸보다 생각이 더 지쳐 있던 날이었습니다.

집에 가기 전에 괜히 편의점 앞에 잠깐 서 있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대로 집에 가면 오늘 하루가 큰 의미 없이 지나가겠구나.’

그날 저는 신발도 하나 살 겸,
충동처럼 러닝화를 주문했습니다.

이전에도 손님들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힘들고 지칠 때는 몸을 깨우는 운동을 해보라는 말이었습니다.

반신반의하며 생각했습니다.

‘속는 셈 치고 해보자.
더 힘들면 그만두면 되지.
신발은 그냥 신고 다니면 되니까.’

그렇게 오랜만에 달리러 나갔습니다.
이게 얼마 만의 달리기인지도 기억나지 않을 만큼
오랜 시간이 지난 뒤였습니다.

천천히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어? 이게 뭐지?’

몸은 힘든데
마음은 오히려 가벼워졌습니다.
생각이 맑아지고,
머릿속이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제야 알았습니다.

아, 이게 운동의 힘이구나.
몸을 움직이면 생각도 같이 움직이는구나.

일이 힘들수록
퇴근 후의 러닝이 오히려 쉼이 된다는 말도
이제는 조금 이해할 것 같습니다.

러닝은 도망이 아니라,
저를 회복시키는 시간이었습니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기록에 집착하지 않고,
그저 제 호흡에 집중하는 시간.

천천히 달리며
제 기준을 다시 정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카페를 운영하며 흔들리는 날에도
저는 러닝화를 신습니다.

몸을 움직이면
마음도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러닝은 기록보다 리듬이라고 생각하게 된 이야기를 적어보려 합니다.

여러분은 지칠 때,
어떤 방식으로 스스로를 정리하시나요?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