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km 지점쯤이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나름 괜찮다고 생각하며 달리고 있었습니다.
페이스도 크게 무너지지 않았고
몸도 버틸 만하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17km를 지나면서
몸이 갑자기 무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아… 아직도 4km나 남았네.”

그 순간이 이번 하프 마라톤에서
가장 힘들었던 구간이었습니다.

10km 대회를 뛰었을 때는
7~8km 정도에서 비슷한 느낌이 왔었는데
하프에서는 그 지점이 조금 더 뒤에서 찾아왔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아, 이게 하프의 벽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하프코스를 신청했을 때는
힘들어도 완주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의 열정이라면 충분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1월, 겨울 훈련에서
무리를 하면서 무릎에 부담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로는 주 1회 정도만 뛰게 되었고
점점 불안해졌습니다.

대구 마라톤 10km도 힘들게 뛰었던 기억이 있어
하프코스를 완주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습니다.


대회 당일,
많은 사람들 사이에 혼자 서 있으니
조금씩 긴장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워밍업을 하면서도
무릎 상태가 완전히 좋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출발선에 서 있는 순간은
이상하게 설레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출발 후, 주변 러너들의 페이스를 따라가다 보니
생각보다 빠르게 달리고 있었습니다.

오버페이스는 안 된다고 생각해 속도를 낮췄지만
그래도 평소보다 빠른 페이스였습니다.

그리고 그 영향은
후반에 그대로 돌아왔습니다.


15km 이후부터
몸이 점점 무거워지기 시작했고
자세도 흐트러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7km.

왼쪽 허벅지에 쥐가 올라오면서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거의 다 왔다고 생각했지만
몸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발을 딛는 것도 어려워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약 600m 정도를 버텼습니다.


“여기서 포기하지는 말자.”

그 생각 하나로
절뚝이면서 다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신기하게도
조금씩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결국 결승선까지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번 하프 마라톤을 통해 느꼈습니다.

마라톤은 단순히 체력만으로 하는 운동이 아니라
몸의 준비, 컨디션, 그리고 마음까지
모든 것이 맞아야 하는 운동이라는 것을요.

저는 아직
하프코스를 안정적으로 완주할 준비가 된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더 많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준비의 중요성을.


기록은 목표했던 시간 안에 들어왔지만
완주 과정은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그래서 다음에는
조금 더 준비된 상태로
더 만족스러운 러닝을 해보고 싶습니다.


러닝을 시작하시는 분들께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무리하지 말고,
조금씩 자신의 몸과 대화하면서
천천히 준비해 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결국
더 오래, 더 즐겁게 달릴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Happy Run & Brew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